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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녕하세요, 2017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부문에서 우승을 거두며 클래식 음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있는 작곡가 최재혁씨. 많은 분들이 클래시컬 클라우드의 우승곡 음원(녹턴 3번)을 통해 최재혁씨를 먼저 만나 보셨을 텐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人” 최재혁을 만나보려 합니다.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오랜 유학생활로 인해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라이징 스타 인터뷰를 통해 인사 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줄리어드를 다니고 있습니다. 전공은 작곡이지만 틈틈이 지휘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며 지휘자를 꿈꾸기도 합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차갑고 무관심한 첫인상 때문에 다가가기 쉽지 않다는 얘기를 종종 듣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엔 첫인상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다고들 합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고 집에서 하루 종일 곡을 쓰거나 소파에서 뒹굴 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20대의 청년입니다!

 

2. 이번 콩쿠르 우승곡인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 3번(Nocturne III)’은 “밤(Night): 그로테스크하고 일탈적인 행위들이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라는 발상에서 작곡되었다고 알고있습니다. 보통 ‘녹턴’하면 조용하고 감성적인 분위기의 쇼팽 녹턴이 떠오르는데요,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건가요? 본인이 해본일 중 가장 일탈적인 행위는 무엇이었나요?

맞아요, 녹턴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쇼팽을 떠올립니다. 쇼팽의 녹턴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곡들이죠. 그렇지만 왜 항상 조용하기만 하고 빠르지 않은 템포인지 궁금하셨던 적은 없나요? 쇼팽은 밤마다 감성적이기만 했던 걸까요?
제 녹턴 시리즈에서는 현대의 밤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현대인들은 “낮져밤이”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낮에는 학교나 직장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면 몸이 풀리기 시작하죠! 밤이 되며 억압됐던 분위기가 느슨해 지고 뭐든 허용될 것만 같은 느낌도 생기고요. 누구는 파티에, 누구는 클럽에, 또 누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용히 위스키를 마시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는 로맨틱하게 연인과 함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ㅎㅎ
녹턴 3번인 클라리넷 협주곡은 거대한 편성을 통해 더욱 더 거대한 에너지의 움직임을 그려보고 싶었는데요, 이는 제가 밤에 더 활동적으로 변하는 뉴욕 한복판에 살고 있다는 점에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해 본 것 중 가장 그로테스크하며 펑키하고 19금 적인 일탈적인 행위라면… 비밀로 해두겠습니다.ㅋㅋㅋㅋ 아, 제 생일이 할로윈인건 우연일까요.

 

3. Nocturne I~III, Self Portrait I~VI, Still Life I,II. 최재혁씨의 작품에는 유독 시리즈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화상(Self Portrait)의 경우 무려 3년에 걸쳐 6개의 곡을 시리즈로 작곡하셨죠.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시리즈로 작곡할 경우엔 작품들 간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는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작곡할 때 이렇게 시리즈로 작곡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 작품들 중에는 시리즈가 많은데요, 이는 개인적 영향을 제목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목을 보면 음악이 아닌 마치 미술작품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이는 제가 음악을 구상할 때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예술분야가 시각예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목에 어떠한 표제적 성격이나 드라마적인 요소가 최대한 배제되어 있는 것은 추상예술을 추구하는 저의 예술관을 표현한 것입니다.
저는 단 한 곡 안에서 제가 그 당시에 탐미하고 있는 미학적인 취향/감각을 모두 소진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시리즈로 하나의 미학적 아이디어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뒤집어 보기도 하면서 표현합니다.  긴 시간에 걸쳐 작곡된 Self Portrait 시리즈는 제가 그만큼 오랫동안 하나의 아이디어에 매료되었던 것일 겁니다. 이우환 화백이나 김창열 화백이 십 수년간 하나의 아이디어에 탐미하며 “relatum”, “물방울” 시리즈물을 그려낸 것처럼 말이죠.

 

4. 이렇게 활발한 작곡활동을 하고 있는 최재혁씨는 지휘자로의 커리어도 쌓아 나가고 있습니다. 2015년 갓 스무 살을 넘긴 나이에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Grafenegg) 페스티벌에서 자신이 작곡한 ‘자화상 6(Self Portrait Ⅵ)’을 직접 지휘하며 유럽 오케스트라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해 화제를 불러일으켰었죠. 오케스트라를 지휘함에 있어 지휘자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덕목은 무엇인가요?

지휘는 제가 언제나 매력적이고 하고싶다고 생각하는 분야입니다. 작곡가가 소리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지휘자는 소리를 만지는 사람이지요. 저는 이렇게 제 손으로 소리를 직접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듯 합니다.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소리를 내주는 오케스트라나 앙상블이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을 이해하고 그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주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음악을 한다면 결코 소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빚어내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하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지휘자가 작곡가의 곡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악보를 철저하게 따르며 그 작곡가를 존경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5. 이젠 라이징 스타의 단골 질문이 된 것 같은데요, 2018년 올해 계획하고 있는 활동들이 궁금합니다. ‘작곡가 최재혁’뿐 아니라 ‘지휘자 최재혁’으로의 활동들에 대해 말해주세요!

2018년은 바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콩쿠르 시상식이 끝나고 여러 페스티벌에 초대 받았습니다. 2월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신작인 플룻, 비올라, 비브라폰, 하프를 위한 [WITH WINDS (2017)]를, 4월엔 메뉴힌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독주곡인 [NOCTURNE IV (2018)]를 세계 초연 할 예정입니다. 7월엔 서울에서 줄리어드, 커티스, 서울대 등에서 모인 친구들과 결성하고 제가 지휘자로 있는 현대음악 전문연주단체 Ensemble BLANK의 서울 연주를, 8월엔 프랑스 Périgord Noir 페스티벌에서 위촉 받은 마림바와 테너를 위한 신작 세계 초연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11월엔 제네바에서 다시 클라리넷 협주곡을 클라리넷 파이널리스트들이 (73회 제네바 콩쿠르) 재연할 예정입니다. 2018년 7월, 서울에서 있을 Ensemble BLANK의 연주계획은 곧 나올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